'덩치 키우기' 급급했던 K유니콘, 이젠 수익성 확보 전력질주 [긱스]

입력 2024-04-16 18:13   수정 2024-04-17 01:50

국내 주요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이 지난해 성적표를 잇달아 공개했다. 모두 뛰어난 실적을 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대부분 성과가 개선됐다. 핵심 경영 지표인 영업이익 개선세가 두드러진다.

내실 챙기기 시작한 유니콘기업
몇 년 전까지 플랫폼을 앞세운 유니콘기업들의 관심사는 외형이었다. 사용자 기반과 매출을 늘리는 게 지상 목표였고 이를 위해 대대적인 마케팅 비용을 집행했다. 관련 업계에 ‘계획된 적자’라는 말이 통용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외형 경쟁을 멈춘 것은 아니지만 이전보다 비용 통제가 빡빡해진 모양새다. 주요 플랫폼이 자리 잡은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생긴 변화다.

국내 음식배달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매출 3조4155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16% 늘었다. 작년 영업이익은 6998억원으로 전년보다 65% 증가했다. 정률제 수수료 기반 서비스(알뜰배달, 한집배달) 확대 등 배달사업 매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비용 감소 효과도 봤다. 광고선전비가 2022년 715억원에서 지난해 533억원으로 34% 줄었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436억원으로 전년보다 40% 감소했다. 손실액 감소는 2015년 회사 설립 이후 처음이다. 작년 매출은 2% 증가한 2조774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컬리는 광고선전비를 2022년 537억원에서 작년 315억원으로 41% 줄였다.

인테리어 플랫폼 서비스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는 지난해 매출 2402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31% 늘었다. 역시 역대 최대 매출이다. 영업손실은 같은 기간 516억원에서 175억원으로 66% 감소했다. 이 회사도 광고선전비를 줄였다.

지역 기반 플랫폼업체 당근은 지난해 매출 1278억원을 올렸다. 1년 전보다 156% 늘었다. 영업손실은 같은 기간 565억원에서 11억원으로 감소했다. 본사 기준으로는 지난해 창사 8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173억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광고선전비 등 비용이 크게 줄었다. 무엇보다 광고사업 매출이 급증한 영향이 컸다. 이 매출이 2022년 495억원에서 작년 1267억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여전히 투자가 더 많기도
영업이익 개선에 실패한 곳도 적지 않지만, 마케팅 비용 이외의 요인 때문이었다. 패션플랫폼 무신사의 지난해 매출은 9931억원으로 전년보다 40% 늘었다. 영업이익은 2022년 113억원 흑자에서 지난해 86억원 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무신사의 작년 적자는 인건비 증가 때문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무신사 본사와 관계사 임직원에게 지급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의 보상비용 413억원을 반영했다.

프롭테크(부동산기술) 기업 직방의 지난해 매출은 1297억원으로 전년 대비 47%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371억원에서 408억원으로 증가했다. 직방은 영업손실에 대해 2022년 삼성SDS의 홈 사물인터넷(IoT) 사업부문 인수 후 통합 과정에서 발생한 일시적 비용과 회계상으로 인식되는 감가상각 등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안성우 직방 대표는 “지난해엔 재무건전성 확보를 목표로 사업 성장 토대를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여행플랫폼 1위 업체인 야놀자의 작년 영업이익은 17억원으로 1년 전보다 88% 감소했다. 2022년 인수한 인터파크트리플의 작자가 커진 영향이다. 지난해 매출은 7667억원으로 전년보다 27% 늘었다. 경쟁사인 여기어때컴퍼니의 작년 매출은 3092억원으로 1년 전(3058억원)과 비슷했다.

핀테크 유니콘기업은 아직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버는 것에 비해 투자와 비용 지출이 더 많기 때문이다. 핀테크 앱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지난해 매출은 1조3707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065억원으로 전년(208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타사 송금 서비스 이용 등에 따른 수수료 부담이 여전히 컸다. 비용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소상공인 대상 핀테크 앱인 캐시노트를 운영하는 한국신용데이터의 지난해 매출은 1380억원이었다. 전년(646억원)의 2.1배로 늘었다. 캐시노트의 유료 이용자 확대가 매출 증가를 견인했다. 영업손실은 같은 기간 389억원에서 370억원으로 소폭 줄긴 했다. 인건비, 임차료, 수수료, 판매촉진비 등의 비용이 급증해 적자를 크게 줄이지 못했다.
경기에 따라 엇갈린 실적
일부 유니콘기업은 업황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 암호화폐거래소 유니콘기업은 최근 가상자산 시장이 주춤하면서 실적이 나빠졌다. 두나무의 작년 매출은 1조154억원으로 1년 전보다 19% 줄었다. 작년 영업이익은 640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21% 감소했다. ‘암호화폐 불장’이던 2021년(3조2714억원) 대비 급감했다. 국내 2위 업체인 빗썸코리아의 작년 매출은 1358억원으로 전년보다 58% 줄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149억원의 손실이 발생해 적자로 전환했다.

게임 유니콘기업은 게임 흥행에 따라 실적이 엇갈렸다. 시프트업은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 1686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155% 늘었다. 작년 영업이익은 1111억원으로 전년 대비 508% 증가했다. 게임 ‘그랑사가’를 개발한 엔픽셀은 지난해 매출 316억원과 영업손실 43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1년 전보다 53% 줄었고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11억원 증가했다. 실적 악화 요인은 기존 게임의 인기 하락과 신작 출시 지연 등이다.

업계에선 유니콘기업이 성장하기 위해 해외 시장 진출과 신사업 개척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프트업을 제외한 다른 유니콘기업의 매출 대부분이 국내에서 발생한다. 우아한형제들, 비바리퍼블리카 등이 동남아시아 지역을 공략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철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독과점 사업자가 돼버린 일부 유니콘기업은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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